가을이 진한 색 옷을 입었다.
가뭄 때문에 그저 그러하던 단풍잎들이
내린 비에 힘입어 자기에게 맞춤한 신상을 착용한 듯 멋스럽다.
TV에서 조성진 특집을 방영한다고 해서 자정을 넘겼다.
시청 후엔 그의 연주를 유튜브로 감상하다가 이 순간이 참 좋다는 생각에 커피를 연거푸 마셨다.
이어폰을 빼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들 리 없었다.
들리는 빗소리가 좋아 모든 감각을 열어두었다.
나를 위해 열리는 음악회가 되는 방식으로.
조성진이 건반과 만나 이루는 소리와
비가 세상의 사물과 처음으로 조우하며 내는 소리가 다 아름다워서 쓸모없는 생각도 했다.
"그래, 모든 다른 음들은 서로 조합이 가능하구나..."
효율이라는 명목하에서는 눈 밑에 다크 서클을 달고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분명 우매한 짓이지만,
한밤을 사적으로 오롯하게 소유한다는 것은 절대 작지 않은 행복이다.
밤은 무리 지어 관계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지배하지도 지배받지도 않는 시간이기에 더 특별하다.
그의 수상 소식과 연주를 감상하면서 정당한 노력의 결실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생각을 했다.
노력은 달리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모든 노력이 수많은 변수를 극복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종종 무의미해 보일 때조차도 노력의 대가는 그 자신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환급된다.
건반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접촉하며 자기만의 화음을 생산한 특별한 그와
세상의 불협화음과 유연하지만 담대하게 대면해야 할 보통의 청춘들에게 쓸데없는 응원을 보낸다.
ⓒ 박대홍
출처 : 가리사니의 포토로그
글쓴이 : 가리사니 원글보기
메모 : 감동적인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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