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씨는 매우 연약한 여자이다.
우리사회의 남녀의 차별에 대해, 그리고 그 외 여러 종류의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견뎌내지 못한다.
나와 연배가 비슷한 작가 공지영 씨의 예전 비슷한 주제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는
주인공은 최소한 어느 정도 이겨내려 극복해내려 노력했던거 같은데...
김지영씨는 온실속의 화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삶은 살아야 하고 견뎌내야 하며,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잘되도록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해야한다. 내 인생은 소중하니까...
앞서 언급한 소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나의 삶과 비교해보면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아주 많이 변해있던데... 집안일에 그래도 어느정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김지영씨의 여러 투정(?)들 무시하지 않고 다 공감하고...
물론 집안일은 도와주는게 아니다 같이 하는거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 못하게 사회가 만들었고 그건 남편 탓이라기 보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런 것들에 상처를 받아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물론 소설이니까 그럴수 있겠지...
하지만 매우 답답했다.
한가지 에피소드-공원에서 다른 직장인들이 한가로이 커피한잔 즐기는 그녀를 부러워하는-에서 보듯이 김지영씨는 남의 말에 상처받고 남편에게 화풀이한다. 그래도 남편은 성의있게 공감해준다.
그녀의 시선에서 공원에서 본 직장인들은 김지영씨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모습만 보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며 그말에 상처받을 수 있음을 모르는 나쁜사람들 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비아냥 거린게 아닐거다. 진짜 부러워서 그런거다. 왜냐구? 나도 그런 경험 많으니까..
헐레벌떡 점심먹고 다시 직장으로 가야하는 나에게 비친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우아하게 식사하는 여자들 보면 저사람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시샘이 나니까...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화가나서 뛰쳐나가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남편에게 투정부리지는 않는다.
투정 받아주지도 않을 거고 그렇다고 내가 돈 안벌면 가정이 유지되지도 않으며 나또한 그런다고 해결되는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다 각자의 삶이 있고 입장이 있고 짊어진 짐 또한 다른거니까....
나를 포함한 -나는 김지영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 비교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내 주위의 많은 워킹맘들 현명하게 잘 살아가는 그들이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란걸 잊고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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