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한 소설가 이적요(박해일 분)는 '동백꽃'이라는 시로 국민 시인의 반열에 오른, 명 시인이다.
이적요에게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만나게 된 제자 서지우(김무열 분)가 있는데, 서지우는 최근 소설 '심장'을 발표해 국내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신예 작가이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이적요의 주택 마당 한켠의 의자에 혼절하듯 누워 잠이든 한 소녀를 만난다. 그 소녀의 이름은 은교(김고은 분).
아르바이트 삼아 나이 든 이적요의 집안일을 돕겠다고 나선 17세 여고생 은교는, 시인 이적요를 '할아버지' 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군다.
칠십 세 노인 이적요는 본래의 딱딱하고 깐깐한 성미도 잊은 채, 은교의 애교에 마냥 기분이 좋다.
이를 지켜보던 서지우는 알듯 모를 듯 질투심과 황당함이 섞인 표정으로 두 사람을 지켜본다.
이적요가 은교에게서 친근함 이상의 야릇한 감정을 느낄 무렵, 번뜩 떠오른 영감을 토대로 <은교>라는 소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고, 서지우의 감정은 점점 복잡해져 간다.
늙은 시인을 연기한 박해일과 야릇한 섹시함을 간직한 여고생 역의 김고은이 서로 연애를 하는 듯한 장면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마지막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쭈글쭈글한 할아버지와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17세 소녀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절정 부분의, 박해일이 절망하게 되는 그 부분의 장면에서는 '설마..' 하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무거운 사다리를 끙끙대며 끌고오는 박해일이 너무 안타까웠다.
은교 역을 맡은 김고은은 예뻐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보이기도 한 묘한 매력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예쁘진 않지만 매력적이다' 라는, 본연의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극 중 박해일이 비통한 심정으로 소개한 명언이 하나 있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님을 기억하라"
-로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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